[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김민재(오른쪽)가 지난 달 30일 팀 훈련에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자말 무시알라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공식 SNS바이에른 뮌헨 김민재. /AFPBBNews=뉴스1유럽 명장에게도 핵심 수비수의 결장은 뼈아프다. 토마스 투헬(50)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김민재(27·뮌헨)의 경기 출전을 고대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바바리안 풋볼'의 지난 달 30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에릭 막심 추포 모팅(34)은 (코펜하겐전에) 부상으로 결장했다. 주말 경기에 복귀하기를 바란다. 회복 경과를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뮌헨은 오는 2일 오후 11시 30분 우니온 베를린과 분데스리가 13라운드에서 만난다. 상위권 경쟁은 치열하다. 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바이어 레버쿠젠이 12경기 11승 1무 승점 34로 뮌헨(32점)을 2점 앞서고 있다. VfB 슈투트가르트(27점)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4점)가 뒤쫓고 있다.
괴물 수비수도 사람이었다. 뮌헨 이적 후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모두 뛴 김민재의 몸에 결국 이상이 생겼다. 지난 달 30일 김민재는 뮌헨-코펜하겐의 UCL 경기에 결장했다. 뮌헨은 공식 채널을 통해 "김민재는 엉덩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누사이르 마즈라위(26)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도 줄곧 강행군을 이어왔던 김민재는 11월 A매치 2경기에서도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김민재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24)가 모두 결장한 가운데 투헬 감독은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28)를 중앙 수비수로 임시 기용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고레츠카는 코펜하겐전에서 패스 성공률 93%(121/130), 차단 1회, 걷어내기 1회, 공중 볼 경합 2회 등을 기록했다. 뮌헨은 홈 경기에서 코펜하겐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김민재의 부상 정도는 크지 않은 듯하다. 뮌헨이 지난 달 30일 공개한 훈련 스케치에서 김민재가 자말 무시알라(20)와 볼 경합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훈련을 소화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의 몸 상태에 대해 "다음 경기 출전 가능성은 아직 알 수 없다. 회복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민재(왼쪽). /AFPBBNews=뉴스1김민재. /AFPBBNews=뉴스1지난 시즌 김민재는 이탈리아 명문 나폴리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맹활약했다. 그는 2021~2022시즌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에서 한 시즌만 뛰고 생애 첫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괄목할 성장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총 35경기에 출장하며 나폴리의 수비진을 이끌었다.
주축 센터백 김민재의 눈부신 경기력에 힘입어 나폴리는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차지했다. 김민재는 시즌 베스트 수비수(MVP)를 수상하며 수비 축구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인정을 받았다. 기량이 한층 성장한 김민재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망 등이 거론됐다.
김민재의 선택은 독일 명문 뮌헨이었다. 이탈리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김민재의 이적료는 5000만 유로(약 711억 원)였다. 뮌헨 역대 이적료 3위다. 심지어 뮌헨은 김민재에게 계약 기간 5년을 보장하고 핵심 수비수의 등번호 3을 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감독도 김민재를 크게 반겼다. 투헬 감독은 2020~2021시즌 첼시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을 안긴 명장이다. 김민재와 첫 만남에서 투헬 감독은 진한 포옹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어 독일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민재. /AFPBBNews=뉴스1뮌헨의 센터백 더 리흐트(왼쪽부터), 김민재, 우파메카노. /AFPBBNews=뉴스1비록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센터백으로 인정받았지만, 경쟁은 불가피한 듯했다. 뮌헨에는 네덜란드 주축 수비수 더 리흐트와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전 다요 우파메카노(25)가 자리잡고 있었다. 더 리흐트는 10대 시절부터 유럽에서 알아주는 재능이었다. 어린 나이에 아약스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더 리흐트는 2019년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 지난해 7월 뮌헨으로 향했다. 이적료는 6700만 유로(약 954억 원)였다.
독일 '빌트' 등 현지 매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진을 갖춘 뮌헨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민재가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와 당분간 경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는 유연한 전술 능력을 지닌 투헬 감독이 이들을 스리백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시즌 시작 후 김민재는 정상급 센터백들 사이에서 주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부상으로 쓰러질 때 김민재는 매 경기 풀타임을 뛰며 뮌헨의 후방을 책임졌다. 탄탄한 수비력과 뛰어난 빌드업 능력으로 투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럽 대항전에서도 눈부셨다. 김민재는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첫 4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뮌헨은 김민재가 뛴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A조 단독 선두로 맨유,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FC 코펜하겐(덴마크)을 큰 점수 차로 제쳤다.
다만 지난 시즌에 비해 김민재의 경기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를 '뮌헨의 불안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시즌보다 실수가 잦아진 탓이었다. 실제로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 로멜루 루카쿠(당시 인터밀란· 현 AS로마), 태미 에이브러햄(로마),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등 뛰어난 공격수들을 상대로도 환상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김민재. /AFPBBNews=뉴스1강행군이었다. 김민재는 뮌헨의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다. 와중에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는 번갈아 부상으로 빠졌다. 김민재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첫 4경기에서도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29일 기준 뮌헨에서 가장 오랜 시간 뛴 선수는 김민재(1543분)였다.
다소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도 매 경기를 뛴 김민재다. 독일 현지 매체도 과부하가 온 김민재의 손을 들어줬다. 뮌헨 지역 매체 '아벤트 차이퉁'은 김민재를 '바이에른의 숨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며 올 시즌 활약상을 주목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올 시즌 뮌헨의 전체 경기 시간 90%를 책임졌다. 괴물 수비수는 매 경기 발전하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분데스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리는 뮌헨이다. 더 리흐트의 복귀 일정이 내년 1월로 점쳐지는 가운데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센터백 추가 영입을 원하고 있다. 현재 후보로는 맨유의 라파엘 바란(30), 아스널의 도미야스 다케히로(25)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민재(왼쪽)와 훈련하는 헤리 케인(오른쪽).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