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한 ‘골프황제’는 다소 흔들렸어도 무사히 18홀을 마쳤다. 자신은 “녹슬었다”며 웃었지만, 18홀을 도는 데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어 보였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일 오전(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450만 달러) 첫날 3오버파 75타를 쳤다. 선두로 나선 브라이언 하먼,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5언더파 67타)와 8타 차다. 20명의 출전 선수 중에는 18위에 그쳤다.
우즈는 최장 335야드(306m), 평균 313.4야드(286m)의 장타를 터트렸지만, 샷이 대체로 무뎠다. 버디 4개를 잡았으나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로 타수를 까먹었다. 미국 매체 골프위크는 우즈의 복귀전 첫날 성적에 대해 페어웨이 안착률 60%, 그린 적중률 55.56%, 퍼트 수는 30개라고 전했다. 이는 2022∼2023시즌 PGA투어 평균 페어웨이 안착률 59.09%, 그린 적중률 66.32%, 라운드 당 평균 버디 29.02개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귀전을 무사히 마친 우즈는 “많은 샷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나는 녹이 슬었고 감도 떨어진 상태라 초반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버텼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라운드를 끝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는 일이 꼬였다”고 자신의 복귀전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우즈는 현재 남자골프 세계랭킹 1328위다. 한때 세계랭킹 1위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우즈로선 터무니없는 순위다. 2021년 교통사고와 연이은 수술 등으로 정상적으로 PGA투어에 출전하지 못한 탓에 세계랭킹이 추락했다. 그래서 우즈는 이 대회에 출전한 20명 중 우승 가능성을 최하위로 평가받았다.
지난 4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출전했다가 3라운드 도중 통증으로 기권한 뒤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오랜 재활 끝에 처음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우즈의 경기력이 전성기에 미치지 못할 것은 당연했다. 우즈는 대회 개막 전 스스로 “녹이 슬었다”고 표현하며 장기간 공백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우려했다. 이날 이동하는 걸음걸이도 다소 완전하지 않은 기색이 엿보였다. 막판 4개 홀에서는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듯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적어냈다. 15번 홀(파5)에서는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덤불에 들어갔는데 무리하게 경기를 하려다 5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완벽한 복귀전은 아니었어도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성적은 둘째치고 체력적으로 많이 회복한 점에 주목했다. 나아가 전성기의 우즈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우즈 본인조차 미소 짓게 한 11번 홀(파5)의 버디 퍼트가 대표적이다.
우즈가 3타 만에 그린에 올린 공은 홀과 거리가 꽤 멀었다. 그러나 ‘골프황제’의 감각은 여전히 꿈틀댔다. 무려 48피트 1인치(약 14.66m)의 먼 거리에서 한 번의 퍼트로 정확하게 홀컵에 볼을 넣었다. 퍼트를 성공한 뒤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한 우즈는 자신의 퍼트에 만족한 듯 매우 밝은 미소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