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187cm, G)이 또 한 번 주인공이 됐다.
고양 소노는 12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서울 삼성을 78-64로 꺾었다. 창단 첫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전적은 7승 8패. 6위 울산 현대모비스(8승 8패)와 반 게임 차를 유지했다.
이정현은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소노의 전신인 오리온에 입단했다. 그때만 해도, ‘공격력 뛰어난 가드 유망주’였다.
그러나 김승기 감독이 고양에 온 이후, 이정현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승부처를 지배할 수 있는 가드가 됐다. 수비에도 에너지를 쏟는 선수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은 팀의 미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22~2023 플레이오프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2022~2023 플레이오프의 기세를 2023~2024 1라운드에도 유지했다.
소노 외국 선수 조합(재로드 존스-디욘타 데이비스)이 불안했음에도, 이정현은 강했다. 1라운드에 전체 출전 시간 1위(평균 37분 23초)와 국내 선수 득점 1위(평균 20.9점), 전체 어시스트 2위(평균 7.2점)를 기록했다. 소노가 1라운드에 4승 5패를 기록했음에도, 이정현이 ‘1라운드 MVP 후보’로 떠오른 이유였다.
소노가 2라운드 첫 2경기를 모두 졌지만, 전성현(188cm, F)이 돌아왔고 치나누 오누아쿠(206cm, C)가 합류했다. 이정현의 지원군이 늘어난 셈. 그렇게 되면, 이정현의 퍼포먼스가 더 강하게 드러날 수 있다. 삼성전도 마찬가지.
이정현은 최승욱(193cm, F)의 강한 압박과 마주했다. 그러나 이정현의 슈팅 감각은 죽지 않았다. 스크린 활용에 이은 드리블 점퍼와 3점슛으로 팀의 첫 5점을 책임졌다.
이정현은 그 후 삼성 앞선의 견제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정현은 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선수. 한호빈(180cm, G)이 볼을 가로챌 때, 이정현이 반대편 사이드 라인에서 질주했다. 한호빈의 패스를 받은 후 레이업 성공. 소노의 역전 득점(16-15)을 만들었다.
삼성이 추격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때, 이정현이 나섰다. 스크린 활용에 이은 앨리웁 패스로 오누아쿠의 골밑 득점을 도왔고, 순간 스피드에 이은 과감한 마무리로 삼성 수비를 공략했다. 소노가 2쿼터 시작 1분 56초 후에도 24-21로 앞섰던 이유.
그러나 이정현을 향한 견제는 더 심해졌다. 최승욱과 신동혁(193cm, F)의 바꿔막기에 자기 공격을 쉽게 못 봤다. 앨리웁 패스로 디욘타 데이비스(210cm, C)의 기를 살리려고 했지만, 패스가 너무 높았다.
이정현은 1쿼터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정현의 2쿼터 기록은 2점 1스틸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노는 36-35로 주도권을 유지했다. 한호빈과 전성현이 2쿼터에만 3점 4개를 합작했기 때문이다.
잠잠했던 이정현은 3쿼터 시작 3분 16초 만에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이동엽(193cm, G)을 제친 후, 불안정한 자세에서 파울 콜을 이끌었다. 그리고 파울 콜을 듣자마자, 슈팅 동작으로 전환.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점수를 만들었다.
파울 자유투도 아슬아슬했다. 이정현이 던진 볼은 앞 림을 맞고 그물을 통과. 이정현은 3점 플레이를 어렵게 완성했다. 소노 역시 46-39로 삼성과 간격을 벌렸다.
소노가 삼성의 추격을 받을 때, 이정현이 또 한 번 나섰다. 자유투 유도와 돌파로 점수 창출. 3쿼터에만 11점(자유투 : 7/7)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소노의 두 자리 점수 차 우위(61-51)에 기여했다.
이정현의 4쿼터 기록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현의 기록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다. 4쿼터 들어 코트 밸런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이 적중했고, 소노 역시 승리를 일찍 확정할 수 있었다.
득점원이자 포인트가드로서, 해야 할 때와 지켜야 할 때를 잘 파악했다. 22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 1스틸 외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도 컸다. 그래서 소노가 처음으로 긴 연승을 해낼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에 들 기반 역시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