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보통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은 두 가지 틀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다. 하나는 트레이드 시장이다. 양쪽은 어떠한 전체적인 하나의 흐름에서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딱 떼놓고 보기가 쉽지 않다.
2023-2024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서 전자의 최고 이슈는 오타니 쇼헤이(29)다. FA 자격을 얻었다. 올해 최대어가 문제가 아니다. 북미 스포츠 산업 역사상 첫 총액 5억 달러 이상 계약이 나오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메이저리그만의 선수는 아닌 셈이다. 후자의 최대어는 단연 후안 소토(25‧샌디에이고)다. 나이를 고려하면, 적어도 타자로서의 가치는 오타니보다 소토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소토 트레이드는 이번 이적시장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다. 소토는 2022년 워싱턴의 15년 총액 4억4000만 달러라는 대형 연장 계약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이는 소토의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그렇게 둥지를 튼 곳이 샌디에이고다. 소토는 2024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샌디에이고는 2년 전 워싱턴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잡든지, 바꿔야 한다. 그대로 안고 갔다가 FA 시장에 나가면 얻는 게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소토 트레이드가 성사될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또한 1일(한국시간) 그런 판단을 내렸다. 장문이기는 한데,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샌디에이고의 지갑 사정이다. 최근 몇 년간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은 샌디에이고는 이제 페이롤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치세(부유세)를 내기 싫은 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단을 정비해야 한다.
샌디에이고는 팀 마운드의 핵심인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 마무리 조시 헤이더와 연장 계약하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FA 시장에 나갔다. 세스 루고, 닉 마르티네스와 옵션도 실행하지 않았다. 역시 FA 시장으로 빠져 나갔다. 다 필요한 자원인데 다 잡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팀 연봉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소토가 문제다.
연봉조정 마지막 해인 소토는 내년 3500만 달러 상당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포함해 샌디에이고가 짊어져야 할 2024년 책임 연봉은 1억8000만 달러 정도다. 샌디에이고는 팀 연봉을 2억 달러 안팎에서 관리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 2000만 달러 가지고 선발 투수, 마무리 투수, 백업 포수, 외야수 영입을 다 해결해야 한다. 돌아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
여전히 팜이 좋은 편이라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고 즉시 전력감을 보강해 소토를 지킬 수는 있다. 그러나 유망주를 팔아도 팀의 보완점을 다 메우기 어렵다. 잰더 보가츠나 다른 고액 연봉자를 살 팀도 없다. 결국 '디 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가 사치세 기준을 넘기는 것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소토를 팔아야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35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이 남고, 이를 토대로 다른 포지션 보강에 나설 수 있다.
게다가 샌디에이고는 팀의 핵심 내야수로 발돋움한 2023년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버 김하성의 연장 계약도 생각해야 한다. '디 애슬레틱'은 팀 최고 유망주인 유격수 잭슨 메릴이 있지만, 아직 공격이 약하고 수비에서는 김하성만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포스팅을 진행 중인 이정후(25‧키움)의 이름도 언급했다. 내년 약 500만 달러 상당의 연봉이 예상되는 트렌트 그리샴을 논텐더해도,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정후 영입을 힘들다는 논리다.
소토는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이자, 샌디에이고의 핵심 자원이다. 없으면 공백은 크게 드러날 것이다. 특히 샌디에이고가 집단적으로 약한 우완 상대는 더 그렇다. 하지만 눈 딱 감고 팔면 샌디에이고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당장 소토 트레이드 반대급부로 즉시 전력감을 털어올 수 있다. FA까지 1년이 남았다 해도 소토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선수다. 아끼는 3500만 달러에 여유 자금 2000만 달러를 포함한 5500만 달러라면, A급 선수 3~4명의 연봉이다. 샌디에이고는 그게 이득일 수 있다.
이를 테면 소토를 포기하면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즉시전력감 외에 이정후를 잡고, 선발과 불펜을 사고, 김하성 연장 계약 금액도 마련할 수 있다. 어느 것이 이득인지는 계산기를 돌려봐야겠지만, 현지 언론들은 샌디에이고가 이 유혹을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아예 "소토의 샌디에이고 마지막 경기는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소토의 거취는 다음 주로 다가온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