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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0 607 2023.12.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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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신기성‧윤호영…, DB 역대 넘버2는?


원주 DB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는 단연 김주성(43‧205cm)이다. DB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5회의 업적을 달성한 명가로 이러한 성적은 모두 김주성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 만들어졌다. 김주성 개인적으로도 정규시즌과 챔피언 결정전 MVP를 각각 2회씩 차지했다.


1만 득점과 1,000블록슛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며 국가대표로서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KBL 각팀들은 시대별로 자신들의 농구를 대표하는 색깔이 있다. 많은 농구 팬들이 잘 알다시피 DB하면 떠오르는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원주 산성’이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탄력을 바탕으로 외국인선수급 수비를 자랑하는 김주성에 외국인빅맨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더블포스트 시스템이다. 김주성은 국내 정상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타적인 성향으로 인해 수비나 궂은일 등을 먼저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개인기록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로인해 어떤 유형의 외국인 빅맨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그만큼 높이의 우위에서 오는 시너지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리온 데릭스(48‧204cm), 자밀 왓킨스(45‧208cm), 레지 오코사(42‧208cm), 로드 벤슨(38‧206.7cm) 등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선수들과 함께하며 강호 원주의 위상을 빛냈다. 원주농구하면 김주성부터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넘버1 김주성을 제외한 ‘토종 넘버2’로는 누가 있을까? 각자 서로의 색깔이나 장단점이 다른지라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정인교, 허재, 신기성, 윤호영, 두경민 등이 후보로 거론될듯하다. 정인교(54‧182cm)는 원주가 낳은 첫 스타 플레이어로 불린다.


산업은행, 나래이동통신 시절 득점왕, 3점슛 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득점력이 우수했지만 팀 전력이 약한 탓에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다 외국인선수가 함께 뛰는 프로에서 드디어 빛을 보게 된다. DB 전신 나래는 프로 원년 하위권 후보라는 혹평을 깨고 준우승이라는 예상외 성적을 거둔다.


여기에는 잘 뽑은 외국인듀오 칼레이 해리스(53‧183㎝)와 제이슨 윌리포드(50‧194.4cm)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외곽에서 든든하게 지원사격을 해줬던 정인교의 역할도 컸다. 2년 연속 3점슛 성공률 1위를 기록했고 거기에 더해 3점슛 1개를 성공시킬 때마다 유니세프에 1만원씩을 적립하는 봉사활동으로 '사랑의 3점 슈터'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아쉽게도 정인교와 원주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8년 기아 엔터프라이즈 허재를 상대로 맞트레이드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팀을 옮길 수 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토종 스타 이상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선수 윌리포드 또한 이때 같이 기아로 넘어갔다. 당시 원주 팬들은 ‘팀의 상징을 넘기는 구단이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허재(58‧188.3cm)는 원주를 전국구 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트레이드되어 처음 팀에 합류할 때만 해도 정인교를 아쉬워하며 못마땅해하는 팬도 적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분위기는 누그러져 갔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다고 해도 특유의 노련미를 앞세워 만만치않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재의 존재가 끼친 가장 큰 영향력은 팀을 원주만이 아닌 전국구 팀으로 발돋움시켰다는 부분이다. 허재는 역대 모든 선수를 통틀어서도 첫번째를 다툴 만큼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녔던 슈퍼스타다. 그런 그가 원주로 오자 전국 각지 팬들의 시선이 쏟아졌고 자연스레 팀의 인지도 역시 대폭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허재가 전성기였다면 원주는 이때 우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아에서의 마지막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불꽃을 모조리 태워버린 허재는 더이상 외국인선수급 테크니션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문제일 뿐 노장 허재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가드 및 스윙맨은 극히 드물었다.


본인도 자신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득점 머신 모드보다는 패싱게임 등을 통해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싹수가 보인다 싶은 후배들을 살뜰히 잘 챙겼는데 그로인해 신기성, 김주성 등이 일찌감치 팀에 적응해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신기성(48‧180cm)같은 경우 FA로 팀만 옮기지 않았어도 부동의 넘버2가 됐을 가능성이 큰 선수다. 원주에서 데뷔해 신인상, 우승, 정규시즌 MVP를 모두 차지했기 때문으로 김주성을 제외하고는 신기성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커리어다. '총알탄 사나이'라는 별명처럼 엄청나게 빠른 발을 앞세워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고 다녔으며 특유의 무회전 슛을 앞세운 3점슛 능력은 어지간한 슈터 못지 않았다.


당시에는 슛과 돌파력을 앞세운 공격형 가드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의 시점에서 보면 리딩, 패싱게임에도 충분히 능한 밸런스형 야전사령관이라고 보는게 맞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기성은 원주에서 원클럽맨으로 남을 능력과 상품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 그가 안정된 전력의 원주를 떠난 배경에는 김주성에 밀려 넘버2로만 남고 싶지 않은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원주 팬들에게 넘버2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윤호영(37·197cm)이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공산이 크다. 그만큼 각별한 애정을 받았던 선수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이후 원주 원클럽맨으로서 커리어를 마쳤다. "다리가 아예 부러져서 못 뛰는 거면 몰라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면 경기를 뛰어야죠. 그게 선수잖아요"라는 인터뷰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수로 뛰는 내내 열정과 투지가 대단했다.


원주산성의 한축으로 뛰면서 정규시즌 MVP도 수상하는 등 김주성의 뒤를 이을 간판스타로 기대가 높았지만 아쉽게도 기대치만큼은 올라서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 4번이나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오로지 윤호영 탓만은 아니겠으나 원주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뛴 탓인지 커리어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고생하며 제대로 뛰지 못했다. 4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번만 우승했어도 윤호영이라는 선수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현역으로 뛰며 조만간 복귀예정인 두경민(32·184㎝)같은 경우 특유의 비호감 이미지로 인해 타팀은 물론 원주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다.


두경민은 예상을 깨트리는 캐릭터다.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받을 당시 궂은일에 능하고 팀플레이에 헌신적인 보급형 양동근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본인이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플레이를 선호했으며 에고도 강했다.


물론 그런 만큼 자부심도 높았고 버튼효과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 바 있다. 건강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두경민은 분명 국내 상위클래스 듀얼가드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본인 중심의 마인드로 인해 크고 작은 트러블이 그치질 않았고 의외로 내구성도 좋지 않은 편이다. 강상재와의 트레이드로 한국가스공사로 둥지를 옮긴 이후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동료들과의 불화설이 터지며 가치가 폭락해 DB가 손을 내밀지 않았으면 FA가 미아가 될뻔 했다. 에고만큼은 김주성은 물론 한창때 허재 이상이다는 평가다. 비록 원클럽맨은 되지 못하겠지만 여전히 두경민하면 원주맨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현재 두경민으로서는 잘나가는 DB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우승에 성실하게 공헌해준다면 이전의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아직 원주맨의 이미지는 강하지 못하지만 김종규(32‧206.3cm) 또한 현재 팀의 기둥인 만큼 어떤 성적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제2의 김주성’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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