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이저 가문, 맨유 이익 수단으로만 이용
맨유, 퍼거슨 경 은퇴 후 10년 동안 내리막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2023-2024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선수 기용과 전술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에 있다.
과거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는 유럽 축구를 휘어잡는 구단 중 하나였다. 박지성이 뛰었던 7년 동안 우승 없이 시즌을 마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뒤 단 한 번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반면 라이벌 팀 첼시 FC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리버풀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이후 무려 8번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루이 판 할 감독과 FC 포트루와 인터 밀란에서 두 번의 트레블(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록한 조제무리뉴 감독을 차례로 선임해 4개의 우승 컵을 들어올렸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클럽 레전드 올레 군나르 솔샤르도 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EPL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네덜란드 AFC 아약스를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 놓은 네덜란드 전술가 텐 하흐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전폭적으로 텐 하흐를 지원했다.텐 하흐의 제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안토니를 각각 6737만(5737만+옵션 1000만) 유로(약 770억 원), 1억 유로(약 1424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며 아약스에서 데려왔다. 불화가 있던 팀 레전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까지 내보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맨유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EPL에서 맨시티와 아스널 FC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손에 넣었다. UEFA 유로파리그에선 세비야 FC에 발목을 잡히며 8강에서 탈락했지만, 잉글랜드 FA컵에서 준우승,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맨유는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졌다. 리그에선 승점 12점(4승 4패) 골득실 -3(9득점 12실점)으로 10위에 머무르고 있다. 부상 선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주전급 선수들인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라파엘 바란, 애런 완-비사카, 루크 쇼, 티럴 말라시아, 세르히오 레길론은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됐다.
선수 기용과 전술적인 패착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올 시즌 폼이 떨어진 카세미루를 지속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올리고 있다. 또한 맨유 선수단과 맞지 않는 전방 압박 전술과 후방 빌드업을 고집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재 맨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드진에 있다. 우선 맨유의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썩은 뿌리로 꼽힌다. 글레이저 가문의 조엘 글레이저와 에이브럼 글레이저는 2014년 아버지 멜컴 글레이저의 별세로 구단주 자리에 앉게 됐다. 이들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으며 맨유를 상업적 이익 수단으로 이용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바빴다. 2021년에는 슈퍼 리그 가입으로 팬들의 시위를 이끌어냈다.
맨유는 글레이저 가문으로 인해 병들어갔다. 글레이저 가문의 차입매수(개인 자산이 아닌 외부 차입금으로 구단 인수)로 인해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퍼거슨 경이 물러난 뒤 10년 동안 리버풀, 맨시티는 체계적인 디렉터 선임으로 팀의 전력을 향상 시켰지만, 맨유는 디렉터 없이 이적시장에서 몸값이 비싼 선수들만 수집했다. 결과적으로 팀과 맞지 않는 선수들을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 오히려 체계적인 지원과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유스 시스템과 스카우팅 시스템, 구단 시설에는 투자가 전혀 없었다.
맨유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감독과 선수들이 아닌 구단주로 돌렸다. 팬들의 비난이 거세짐과 동시에 맨유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글레이저 가문은 결국 지난해 11월 공식 성명서를 통해 "클럽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4월 최종 비드가 끝나자 회의에서 매각을 최종 결정했다. 차기 구단주로는 카타르의 셰이크 자심과 짐 래트클리프 경이 꼽히고 있다.
이후에도 글레이저 가문은 매각 협상에서 입찰 금액을 높이며 최대한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 협상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OUT'을 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자 팀 경기에서도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레이저 OUT을 간절하게 원하는 맨유 팬들의 바람이 언제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