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아시안쿼터 세터 폰푼(오른쪽). KOVO 제공2023~24시즌 프로배구는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V리그 남녀배구 14개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한 명씩 더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여자배구에선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가 세터를 영입했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기업은행은 태국 국가대표 주장 폰푼 게드파르드(30)를 품었다. GS는 두 번의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를 통해 필리핀 국가대표팀 출신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31)와 최종 계약을 맺었다.
2라운드가 끝나가는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쿼터 선수가 V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두 세터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응 문제에 부딪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공격 전개 중인 폰푼(오른쪽). KOVO 제공김호철 감독과 폰푼. KOVO 제공아시아쿼터 1순위로 V리그에 데뷔한 폰푼은 국내 선수들과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은 낮은 토스로 빠른 속공을 세트하는 태국 배구에 매력을 느껴 폰푼을 영입했다. 하지만 폰푼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하면서 고심이 깊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장충 GS전 이후 이례적으로 폰푼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호철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폰푼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을 질책한 뒤, "태국 배구다운 낮고 빠른 세트가 나오지 않는다. 속공으로 가운데 공격을 해야 하는데 선수들과 호흡이 안 맞다 보니 시간차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폰푼의 활약을 아쉬워했다. 3라운드 시작 전 더 많은 훈련으로 호흡을 다듬겠다고 전했다.
GS칼텍스의 아시안쿼터 세터 톨레나다. KOVO 제공GS칼텍스의 아시안쿼터 세터 톨레나다(32번). KOVO 제공톨레나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1라운드 세 경기 출전 이후 2라운드에선 자취를 감췄다. 백업 세터인 김지원(22)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고, 최근엔 신인 이윤신(18)에게도 밀렸다. 차상현 감독은 김지원이 흔들릴 때 이윤신을 투입, 김지원이 숨을 고를 시간을 벌어준 뒤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전개하고 있다.
다행히 두 선수가 번갈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GS는 걱정은 덜었다. 차상현 GS 감독은 “두 선수가 여러 출전 기회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톨레나다의 출전은 앞으로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폰푼은 시간이, 톨레나다는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폰푼의 부활과 에이스 김희진의 부상 복귀로 3라운드 반전을 노리고 있고, GS는 젊은 세터들의 경험 및 성장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