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히든카드를 꺼냈다. 바로 190cm 아웃사이드 히터 김우진이다.
김우진은 지난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2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현대캐피탈전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프로 데뷔 후 5번째 선발이자, 2021년 1월 21일 이후 1044일 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김우진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인 2020-21시즌 23경기 43세트를 소화하며 53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시즌에만 4경기 선발 출전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2021-22시즌에는 교체 투입이 전부였다. 29경기 67세트 출전해 22점을 기록했다. 그러던 2022년 5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해 군 복무를 시작했다.
마침내 김우진은 지난달 8일 군 전역을 하면서 팀에 합류했다. 등번호는 22번, 연봉은 5천만원이다.
삼성화재는 김우진과 나란히 군 복무를 마친 미들블로커 김정윤, 세터 정승현과 다시 손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전을 앞두고 손현종, 박성진이 각각 허벅지와 어깨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김우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상우 감독은 경기 직전까지 신장호와 김우진을 고민한 끝에 김우진을 선발로 기용했다. 지난 2라운드 대한항공, 한국전력전에서는 교체로 투입된 바 있다.
이날 김우진은 아포짓 자리에 투입돼 블로킹 2개, 서브 2개를 포함해 10점을 터뜨렸다. 김우진의 V-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12점에는 다소 모자랐지만, 팀의 3-2 승리를 도왔다. 10.15%의 공격 비중을 가져갔고 리시브 효율은 30.77%, 공격 효율은 30.77%로 준수했다. 범실은 단 1개에 불과했다.
경기 후 김 감독도 “김우진이 잘 버텨줬다. 리시브도 잘 해줘고 서브도 좋았다. 오랜만에 복귀해서 경기를 했는데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우진은 자신의 선발 기용을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는 “경기 전날에 연습할 때 라이트 공격을 때려보라고 하셨고, 경기 직전에도 똑같이 연습을 했다. 혹시나 안 풀리게 되면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스타팅은 예상 못했다. 경기 직전에 감독님이 말해주셔서 알았다”면서 “솔직히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팀이 이겨서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 라이트 공격을 많이 안 했다보니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타점을 잡고 길게 때리라고 하셔서 그 부분을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2021-22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다시 코트 위에 오른 김우진에게 올 시즌 V-리그는 새로웠다. 그는 “내가 뛸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관중이 없었다. 전역하고 오니 홈경기 관중도 많이 생겼고, 응원 소리도 와닿았다.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더 힘이 난 것 같다”며 홈팬들의 응원에 대한 소중함을 전했다.
군 전역 이후 다시 팀에 돌아오면서 동기부여도 생겼다. 김우진은 “군대를 가기 전에 솔직히 나 스스로를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상무에 가서도 부족했던 부분을 좀 더 준비를 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오늘 경기도 100% 만족하는 경기는 아니지만 조금씩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등번호 22번에 대해서는 “원래는 4번이었다. 지금 (손)태훈이 형이 4번이기 때문에 22번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동호회 배구를 하시는데 거기서 등번호가 22번이다. 그래서 똑같이 했다. 어머니도 좋아하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김우진이다. 그는 “공격 득점이 더 나와야 하고, 나한테 오는 리시브도 최대한 팀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더 잘 받고 싶다”며 “최대한 더 많은 경기에 들어가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삼성화재의 선수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오가는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 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에디, 박성진, 신장호, 손현종에 이어 김우진까지 활용 중이다. 아시아쿼터로 선발한 에디의 경우 시즌 개막전에서 아포짓 자리에 들어선 뒤 최근에는 미들블로커로 코트를 밟고 있다.
앞서 김정호도 “우리는 확실한 주전 멤버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경쟁을 한다. 비시즌도 그렇게 준비를 했다. 그래서 다들 뛰려고 하는 열망도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비시즌 내내 팀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탄탄하게 준비를 한 삼성화재다.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