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가장 컸고, 그리고 안 풀려도 LG 선수로 남을 수 있어서요."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은 오지환 김현수 등 동료 선후배 선수들과 함께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2023 러브 기빙 페스티벌 위드 챔피언십' 행사에 참가했다. 매년 열리는 팬미팅 행사 러브 기빙 페스티벌이 29년 만의 우승을 기념해 더욱 성대하게 펼쳐졌다. 포스팅을 신청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고우석 또한 이 자리에서 당분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팬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지난달 1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고우석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이 있었다. 이정후(키움)와 달리 고우석은 그동안 구체적인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신분조회부터 의외라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6일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측에서 고우석에 대한 포스팅 가능성을 LG에 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LG는 고심 끝에 포스팅 신청 후 조건부 메이저리그 진출로 결론을 냈다. '헐값'에는 보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행사를 앞두고 만난 고우석은 "올해 연봉 협상할 때부터 단장님과 얘기했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무조건 해외 진출까지는 아니라도 포스팅 신청은 고려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런데 지금 신청을 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이 문제가 가장 컸다. 만약에 잘 안 풀리더라도 LG 선수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그런 것들이 컸다"고 밝혔다. 또 "내년 FA로도 도전할 수 있고, 이번에 포스팅으로도 갈 수 있으니까 (방법은)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우승한다고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서 포스팅 신청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며 "포스팅을 위해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우승은 늘 원했다. 우승하지 못했다면 나 스스로도 포스팅을 신청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포스팅 신청 후 나서는 팬 서비스 행사다. 고우석은 "지금 마음 속으로는 그냥 내년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겨울이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은 아니다. 팬서비스 행사는 당연히 참가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올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3월과 10월 두 차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몸에 무리가 왔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대회를 앞두고 어깨 부상이 생겼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허리에 무리가 왔다. 정규시즌 부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고우석은 "김용일 코치님께 너무 죄송했다. 코치님이 시즌이 끝나고 '결과를 떠나서 네가 다친 시점에서 우리 모두의 실패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많이 죄송했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내가 미숙했다. 센스가 없었던 것 같다. 조급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려다 보니 급해졌다. 지금은 김용일 코치님과 얘기 나누면서 계속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몇몇 구단이 고우석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미국 현지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정식으로 들어온 제안은 없다. 지금까지 언론에 얘기가 나온 팀들은 작년부터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계약 규모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특정 팀들이 언급됐다고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대하는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에이전시가 잘 해주지 않을까"라며 "미국 에이전시가 따로 있다. 시즌 중반부터 미팅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서 (포스팅을)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미국에서 나를 만나러 왔다는 점에 마음이 갔고 또 국내 에이전시(리코 스포츠)에서 준비를 잘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현지인 수준은 아니라도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는 미국에 머물고 싶다. 또 일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 중에 '힘이 있을 때 돌아와서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아직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이 아니고, 그 선수 정도의 급도 아니라서 내가 그렇게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마음은 영어를 잘 떼고 왔으면 좋겠다는 정도다"라고 했다.
한편 고우석은 계약이 확정되면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미 지난달 포스팅에 들어간 만큼 메이저리그 진출이 현실화하려면 12월 연말 휴가가 다가오기 전에 결과를 내야 한다. 고우석은 그전까지 LG 선수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