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이현석 기자) "그 선수 잊어버렸는데…"
지금은 중국 산둥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강희 감독이 한 선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6년 전 프로에 데뷔시킨, 지금은 월드클래스 수비수가 된 김민재였다.
최 감독이 이끄는 산둥은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3차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0 완승을 챙겼다. 간판 공격수 크리장과 맨유 출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가 한 골씩 넣으며 적지에서 의외의 쾌승을 거뒀다. 인천과 나란히 2승 1패가 됐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별리그 선두가 됐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질문도 나왔다.
바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며 세계적인 수비수로 올라선 김민재에 대한 물음이었다. 김민재는 2017시즌 앞두고 연세대와 당시 내셔널리그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을 거쳐 전북에 입단했다. K리그에 23세 이하 룰이 생기면서 2016년 ACL을 제패한 전북이 23세 이하 룰도 해결하면서 주전으로 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영입했다.
최 감독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눈은 정확했다. 김민재는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7시즌에 29경기를 전부 선발로 뛰면서 전북의 우승은 물론 영플레이어상까지 수상했다. 또 그해 8월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듬해 전북에서 K리그1 23경기를 소화하며 역시 우승에 공헌했다. 김민재는 신태용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발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었으나 부상 때문에 끝내 낙마하고 재활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K리그1 출전 경기 수가 적었다. 하지만 클래스는 금방 눈에 띄어 2019년 로저 슈미트 전 레버쿠젠 감독(현 벤피카 감독)이 이끌던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하면서 해외파가 됐다. 이후 2021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2022년 이탈리아 나폴리를 거쳐 지난 여름 뮌헨에 둥지를 틀었다.
느닷 없는 질문이었지만 최 감독 입장에서도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그 선수 잊어버렸는데 물어보셨다"라고 답한 최 감독은 "내가 프로에 데뷔시킨 것은 맞지만, 1년 만에 국가대표 선수도 됐다"며 김민재의 자질이 워낙 뛰어났음을 시사했다.
이어 "내가 당시에도 그런 인터뷰를 했는데, 유럽 가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최 감독은 김민재를 처음 가르칠 때부터 될성 부른 떡잎임을 알아봤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 유럽에 많은 선수들이 나가 있지만 유럽에 갈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민재를 칭찬했다.
한편, 최 감독은 경기 총평에 대해선 "초반에 흔들렸지만,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중원 싸움이나 잘 이기자고 했는데, 잘 수행했다. 오늘 경기가 팀에 큰 자신감이 될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4년 만에 중국팀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승리를 따낸 것에 대해선 "K리그 구장에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반가운 것도 있고 감회도 새로웠지만, 승부를 내야 했기 때문에 경기 준비에 신경을 썼다"며 "인천이 워낙 좋은 분위기고, 굉장히 어려운 경기라고 생각했다. 전반에 실점하지 않았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