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날이 기다려진다. 너무 즐겁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24)이 '장충의 봄'을 이끌고 있다. 2023-24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나경복(29·국방부)의 공백을 완벽히 지워내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우리카드는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4-26 25-23 25-23 25-22)로 이겼다.
11승3패(승점 30)의 선두 우리카드는 2위 대한항공(승점 25)과의 격차를 5점으로 벌렸다. 특히 1위 경쟁을 하는 대한항공과의 이번 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신바람을 냈다.
이날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한 김지한은 이날 19득점, 공격성공률 53.33%로 펄펄 날았다. 마테이 콕(25점)과 함께 좌우 쌍포로 공격을 이끌었다.
우리카드 김지한이 26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이번 시즌 예상을 깨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우리카드의 중심에는 김지한이 있다. 그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사실 우리카드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2015년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했던 주포 나경복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나경복이 군 복무를 해야하기에 어느 정도는 대비했으나, 팀의 간판이자 에이스의 갑작스러운 이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행히 우리카드는 나경복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고 김지한을 대체자로 점찍었다. 리시브 등에서 리스크도 있었으나 공격력 좋고 스타성이 있는 김지한이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잡길 기대했다.
3라운드 초반까지 김지한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을 거쳐 2022-23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김지한은 올 시즌 득점 7위, 공격종합 8위, 시간차 5위, 퀵오픈 6위, 오픈 10위, 리시브 18위 등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 마테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김지한은 자신감 넘치는 스파이크로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호쾌한 중앙 백어택과 탄력 넘치는 점프를 통한 공격력은 장충체육관을 찾는 많은 팬들의 박수를 자아내고 있다.
구단도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에 공들이고 있다. 실제 우리카드는 올 시즌 홈구장에서 그의 이름을 딴 '김지한 존(zone)'을 운영하고, 경기장 내에서 '김지한 세트'를 판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카드의 히트 상품이 된 김지한 세트(우리카드 배구단 제공)우리카드의 히트 상품이 된 김지한 세트(우리카드 배구단 제공)코트 뒤쪽 좌석을 김지한 구역으로 지정했는데, 매 경기 빠르게 매진되는 구역 중 하나다. 장충체육관 내 카페에서 판매하는 '김지한 세트'는 팝콘과 아이스티(또는 커피)로 구성됐는데 인기 만점이다.
최근에는 구단에서 '피치 못할 영어공부'란 제목으로 김지한이 영어 회화 수업을 받는 콘텐츠까지 마련했는데 팬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항상 무덤덤해 보였던 김지한은 팬들과 소통하며 배구 뿐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열정 넘치는 배구 코트와 완전히 다른 귀여운 모습이라 너무 재미있다"는 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카드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한 김지한도 코트 위에서의 에이스 역할을 즐기고 있다. 그는 7일 대한항공전을 마친 뒤 "어느 팀을 만나도 긴장되거나 부담감은 없다. 경기 날이 기다려진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시즌 약체로 평가 받았던 우리카드는 김지한을 포함해 세터 한태준, 미들블로커 이상현 등 '영건'들의 활약에 힘입어 6년 연속 봄 배구를 넘어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지한은 "대한항공과는 플레이오프 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와 만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많이 이기다보면 선수들의 자신감도 늘어나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