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가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되돌아봤다. 이의리는 올해 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악몽을 잊은 가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쾌투로 웃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의리는 WBC 대표팀에 합류한 뒤 3월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 구원 등판해 0.1이닝 탈삼진 3사사구로 제구가 크게 흔들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도 4대 13 대패로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거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논란까지 겪었던 이의리는 APBC 대표팀에 다시 발탁돼 명예회복을 노렸다. 이의리는 11월 17일 열렸던 대회 예선 한일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6구 6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쾌투를 펼쳤다. 비록 대표팀은 1대 2로 아쉽게 패했지만, 이의리의 호투 덕분에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KIA 투수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2023시즌 긴 한 해를 보낸 투수 이의리. 사진=김영구 기자12월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2023 리얼글러브 시상식에서 만난 이의리는 “두 번째 도쿄돔 한일전 등판이었는데 재밌었다. 확실히 WBC 때보다는 준비가 잘 됐고 투구 밸런스도 좋다고 느꼈다. 바깥에서 보기엔 불안한 과정이 있었어도 그렇게 결과적으로 잘 막은 자체가 나에게 큰 의미였다. 일본 타자들이 정말 잘 친다고 느꼈는데 경기 초반 그대로 무너지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다”라고 전했다.
APBC 대표팀으로 함께 떠난 팀 동료 정해영과 최지민에 대해 이의리는 “팬들이 보셨던 것처럼 (최)지민이가 너무나도 잘 던졌다. 1년 차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2년 차부터 잘 풀려서 다행이다. 가장 중요한 마무리 자리에 있는 (정)해영이 형도 내년에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의리는 2023시즌 28경기(131.2이닝)에 등판해 11승 7패 평균자책 3.96 156탈삼진 93볼넷 WHIP 1.49를 기록했다. 팀 내에서 탈삼진 1위에다 유일한 10승 투수기도 했다.
이의리는 “올 한 해 처음부터 쉽지 않은 출발을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갈수록 좋은 흐름으로 끝나 다행이었다. 팀에선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힘들었다. 시즌 내내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서 그런 듯싶은데 내년엔 팀이 초반부터 조금 더 여유 있는 상황이 된다면 부상자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또 외국인 투수들이 끝까지 잘 던져준다면 나도 운이 따라서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이의리는 2024시즌에도 양현종, 윤영철과 함께 토종 선발 좌완 트리오를 구축할 전망이다. 올해 아쉽게 물 건너간 규정이닝(144이닝)을 건강하게 채우는 게 이의리에게 가장 큰 목표다.
이의리는 “10승도 좋지만, 승리는 야수 동료들이 도와줘야 가능한 기록이다. 안 다치고 건강하게 시즌 끝까지 던지면 달성할 수 있는 규정이닝이 더 중요할 듯싶다. 길었던 한 해였는데 비시즌 동안 잘 쉬면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KIA는 향후 몇 년 동안 ‘대표팀 좌완 에이스’ 이의리를 중심으로 토종 선발진 운영에 나서야 한다. 이의리가 규정이닝 소화와 더불어 더 안정적인 투구로 2024시즌을 보낸다면 KIA ‘윈 나우’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