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시위 당시 모습.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팬 일동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지난 7월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에서는 적지만 큰 목소리를 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바 있다.
바로 범(凡) 삼성그룹 스포츠단 팬들이었다. 이들은 각 종목을 대표하여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삼성 스포츠단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팬들은 현재 삼성 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이 '조금만이라도' 스포츠단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예전처럼 폭넓은 지원은 아니더라도 제한된 자본 내에서도 분명히 효율적인 구단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이 일어난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 그룹 스포츠단은 어떠한 모습을 보였을까?
일단 야구는 가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최하위를 전전했던 성적이 8위까지 오르면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신임 단장으로 삼성 출신 인사가 아닌, 이종열 前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선임하면서 변화의 속도를 냈다. 이 단장은 취임하자마자 FA 계약(김재윤)과 2차 드래프트, 그리고 국내외를 오가면서 '삼성의 길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 정도 변화만 체감해도 좋다. 우리가 정말로 일을 할 줄 아는 단장을 맞이한 것 같다."라며 반색하기도 했다.
배구도 투자에 허덕여 최하위를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예전 삼성화재 왕국을 재건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패하기만 바빴던 지난 3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일 현재 8승 4패를 기록, 1위 우리카드와 불과 1경기 차이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농구는 아직 혁신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3승 13패, 10개팀 중 9위)이다. 그런데, 시즌이 한창인 농구보다 더한 상황에 놓인 팬들도 있다. 바로 K-리그 수원삼성 팬들이다. 수원 삼성은 2일 열린 K-리그 최종전에서 강원과 0-0 무승부를 기록, 같은 날 수원FC 역시 제주 유나이티드와 1-1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최하위가 확정됐다. 3만 5천 홈 팬들 앞에서 2부리그로 자동 강등되는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수원'과 '삼성'의 이미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이는 K-리그 전체적으로도 흥행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삼성 야구단 팬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연합시위 당시 가장 먼저 삼성 본사에 도착하여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 팬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나마 야구단은 단장이라도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씁쓸하다."라며 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팬은 "1990년대 수원 삼성의 찬란했던 역사를 보고 동경해오며 K-리그를 접했다. 그렇기에, 아직도 수원 삼성의 강등이 적응 안 된다. 통합우승 4회, 아시아 챔피언스 2회 우승할 정도로 축구도시인 수원이지 않은가! 지금의 국가대표 구호 '대한민국' 역시 수원 삼성의 응원 '수원삼성' 에서 파생됐다고 들었다. 하나의 역사 아닌가."라고 전제하면서 "오늘 우는팬 욕하는 팬 등 다양한 모습을 봤다. 내 마음이 다 무너질 정도였다. 부디 잘 정비해서 수원 삼성은 1년 안에 다시 K-리그 1부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다시 가을야구 할 수 있는 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며 간절한 목소리를 전달해 오기도 했다.
2부리그 강등을 바라보는 야구팬들도 그 심정을 알기에 더 아픈 하루다. "야구도 강등제가 있었다면, 올해 라이온즈도 위험했을 것이다."라는 한 팬의 일갈이 이종열 단장 입장에서도 꽤 무겁게 들려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