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번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새로운 EPL 역사가 작성될 전망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심판이 등장한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각) 킥오프하는 맨유와 풀럼의 경기에서 여성 심판인 레베카 웰치(40)가 대기심(Fourth Official)으로 배정됐다.
EPL에서 여성이 정식 심판으로 경기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대기심은 그라운드의 본부석 쪽 하프라인에 위치하며 주심과 부심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양 팀의 선발 출전 선수명단 확인, 교체 선수의 장비 검사, 추가시간 공지, 선수 교체와 팀 퇴장, 경고 횟수 및 시간 등 기록, 시합구의 교체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영국 언론들이 여성 심판의 등장에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EPL이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색채가 짙었기에 여성 심판들에게는 '금녀의 벽'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성 심판의 진출을 허용함으로써 달라진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의미있는 역사적 발걸음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특히 웰치는 실력으로 '유리천장'을 깨뜨린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는 이미 축구계 여성 성공사례의 표본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유명한 '우먼파워의 상징'이다.
그는 '역사 제조기'라 불릴 정도로 여성 축구계에서 의미있는 족적을 수차례 남겨왔다. 2010년 심판을 시작한 그는 2017년과 2020년 여자 FA컵 결승전을 주관했으며 2021년부터 최초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영국 해러게이트에서 열린 해러게이트 타운-포트 베일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2(4부) 경기에서 주심으로 데뷔했는데, 잉글랜드 남자 프로경기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어 2022년 1월 세인트앤드루스 트릴리온 트로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64강)에서 FA컵 최초의 여성 주심으로 나서 최초의 역사를 추가했다.
잉글랜드 2부리그인 EFL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웰치는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국제 심판으로 활약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의 무대인 EPL로 승격하게 된 셈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는 '웰치가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과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실바 감독은 지난 FA컵 8강전에서 미트로비치와 윌리안이 모두 퇴장당한데 화를 냈다가 레드카드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웰치 심판이 다혈질의 두 감독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흥미롭다는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