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인해 예정돼 있던 경기가 연기되자 바이에른 뮌헨 팬들이 마누엘 노이어한테 스키를 타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일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뮌헨과 우니온 베를린 간의 분데스리가 경기는 밤새 내린 폭설로 인해 연기됐다"라고 발표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우니온 베를린은 2일 오후 11시30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3라운드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기 당일에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뮌헨 지역에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면서 팬들의 안전을 위해 경기를 연기됐다.
뮌헨은 "눈은 저녁까지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리안츠 아레나가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게끔 만들어도, 폭설로 인해 안전 위험과 교통 상황으로 인해 취소가 불가피했다"라며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일리안츠 아레나 지붕에서 내리는 눈은 관중들에게 예상하기 힘든 위험을 안겨주고, 경기장을 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라며 "수많은 버스와 기차가 취소되고, 많은 도로와 고속도로가 완전히 폐쇄됐다. 일리안츠 아레나까지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도 운행이 중단됐다"라고 덧붙였다.
또 "뮌헨 경찰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보안 인력이 일리안츠 아레나에 도착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러면서 "뮌헨은 독일축구리그(DFL)와 새로운 경기 날짜를 합의하는 대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티켓은 재조정된 경기에도 유효하다"라며 베를린전 날짜는 추후 발표할 예정임을 전했다.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뮌헨 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를 연기하게 돼 매우 안타깝지만, 우니온 베를린 팬들과 서포터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라며 "수많은 도로가 폐쇄되고 대중 교통 대다수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일리안츠 아레나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팬들의 양해를 구했다.
한편, 바이에른 뮌헨이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을 통해 연기를 발표한 가운데 일부 뮌헨 팬들이 SNS에 댓글로 클럽 주장 노이어한테 메시지를 보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메시지는 다름 아닌 스키를 타지 말라는 경고이다.
뮌헨 팬들의 경고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월드 클래스 골키퍼이자 뮌헨 캡틴 겸 수호신 노이어는 지난해 12월 휴가를 보내던 중 장기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독일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다녀온 노이어는 휴가 중 스키를 타다 다리가 골절되면서 2022/23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시즌 후반기를 통째로 날린 노이어는 2023/24시즌에 복귀하기 위해 현재까지 재활과 회복 훈련에 전념했다. 심각한 부상이었기에 2023/24시즌 개막한 이후에도 여전히 재활과 치료를 받았고, 지난 10월 29일 SV다름슈타트와의 리그 9라운드 맞대결 때 복귀전을 가지면서 350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취미 생활을 하다가 시즌 아웃 부상을 당한 웃지 못할 사건은 뮌헨 팬들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마침 엄청난 눈이 쏟아져 경기가 취소되자 일부 팬들은 댓글로 "바라건대 노이어는 스키를 타러 가서는 안 된다", "노이어가 다시는 스키를 타지 못하게 해라", "주말에 스키 타러 가는 거 아닐까"라며 노이어가 또 스키를 탈까봐 전전긍긍했다.
독일과 뮌헨 팬들이 노이어한테 스키를 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사이 한국 팬들은 김민재가 휴식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베를린전이 취소됨에 따라 뮌헨은 긴 휴식 시간을 얻게 됐다. 뮌헨의 다음 경기는 오는 9일 리그 14라운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원정 경기로 약 일주일 뒤에 열린다. 지난달 30일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치뤘으니, 프랑크푸르트전까지 약 9일 가량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물론 연기된 경기는 추후 배정돼 경기 간격이 짧아질 수 있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최근까지 김민재가 강행군을 보낸 걸 알고 있는 국내 축구 팬들은 당장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2023/24시즌을 앞두고 뮌헨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합류하자마자 분데스리가 개막전부터 시작해 뮌헨의 분데스리가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하는 초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 중 분데스리가 개막전인 베르더 브레멘전과 2라운드 홈 개막전이었던 아우크스부르크전을 제외하고는 가장 최근에 열린 쾰른전까지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 최근엔 독일 언론도 그의 혹사론을 부쩍 제기하는 상태다.
김민재는 특히 11월에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1~2차전을 마치고 사흘 만에 치른 쾰른전에서 전반 초반 상대 공격수 다비 젤케와 볼 경함하다가 크게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등 혹사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김민재 스스로는 "못 뛰는 것보다는 낫다"며 자신을 여러 곳에서 찾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제는 뮌헨의 후반기 레이스, 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다음달 카타르 아시안컵 활약을 위해서라도 몸을 재정비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
숨가쁜 일정을 보낸 김민재는 지난달 30일 코펜하겐전에서 명단 제외를 당하면서 뮌헨 입단 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당시 김민재는 경기 하루 전날에 열린 팀 훈련에 불참하면서 결장이 예고됐다. 이후 김민재가 코펜하겐전 벤치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며 명단 제외를 당하자 뮌헨은 구단 공식 SNS을 통해 김민재가 명단 제외를 당한 이유가 엉덩이쪽 타박상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코펜하겐전에 결장함으로써 김민재의 뮌헨 공식전 연속 선발 풀타임 기록은 15경기에서 마무리됐다. 이날 뮌헨 주전 센터백 김민재를 대신해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였다. 고레츠카는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임에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스코어 0-0 무실점 경기를 달성했다.
가벼운 부상이었기에 코펜하겐전 때 휴식을 취한 김민재는 금방 훈련장으로 돌아와 우니온 베를린과의 홈경기를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해 경기가 연기되면서 지친 몸을 좀 더 회복할 시간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