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30대 중반의 투수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 번째 수술을 받고 1년 2개월여의 공백을 가졌다. 당연히 부활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시즌 중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합류해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구속과 구위가 모두 전성기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관록을 던지며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소화했다. 3승 3패, 피안타 53개 피홈런 9개를 기록했다. 볼넷 14개, 사구 1개, 탈삼진 38개를 적어냈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29를 찍었다. 평균 자책점은 3.46을 마크했다. 복귀 후 꾸준히 5이닝 정도를 소화하며 토론토 마운드를 높였다. 시즌 막판 다소 아쉬운 모습에 그쳤으나, 11경기에서 9번이나 3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토론토 5선발 구실을 끝까지 해냈다.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가을야구를 함께 하지는 못했다. 팀이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허무하게 2연패하면서 탈락해 올 시즌을 완전히 마쳤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토론토를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친정 팀 LA 다저스를 비롯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탬파베이 레이스, 미네소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이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두 차례 수술 경력과 30대 후반으로 가는 많은 나이는 분명 재계약 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시장 가치는 여전히 높다. 올 시즌 부활 투구를 펼쳤고, 기복 없이 4~5선발 활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숱한 경험을 갖춰 투수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년 계약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으나 1년 1000만 달러(한화 약 131억 원) 정도 대우로 류현진을 잡으려는 팀들이 꽤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토론토 잔류 분석도 고개를 들었다. 올 시즌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한 토론토는 선발진 강화를 노린다. FA 마커스 스트로먼 영입설이 퍼지기도 했다. 아울러 스트로먼 영입이 쉽지 않으면 다른 투수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류현진이라는 시각이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보여준 능력이라면 4~5선발로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칼자루는 류현진이 쥐고 있다. 국내 복귀설도 흘러나오긴 했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메이저리그 팀들로부터 주가를 드높이고 있어 조건과 팀 상황을 보고 선택을 잘 하면 된다. 기적적인 회복으로 다시 위력을 떨친 '코리안 몬스터'의 차기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 큰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