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영입 하나를 진행한다. 바로 우완 알렉스 레예스(29)와 1년 계약을 한 것이다. 1년 110만 달러(약 15억 원)를 주고, 2024년 팀 옵션까지 넣었다. 옵션에서 볼 수 있듯이 제법 기대가 큰 계약이었다.
다저스의 전체적인 팀 연봉 규모를 고려할 때 110만 달러가 그렇게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화제를 모은 건 레예스의 상황이었다. 레예스는 2022년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였다. 팔꿈치 등 부상이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레예스를 영입하는 도박을 했다. 모두가 “다저스가 또 복권을 긁는다”고 했다.
레예스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레예스는 불펜으로 완전히 이동한 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020년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한 것에 이어 2021년에는 69경기에 나가 10승8패29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부상 경력이 많기는 하지만 몸만 좋다면 불펜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모험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영입 당시에도 재활 중이었던 레예스는 지난 6월 어깨 수술을 받고 2023년 시즌을 완전히 접었다. 2024년 시즌 중반에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는 대박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15억 원을 그냥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끝내 2024년 300만 달러의 팀 옵션은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바이아웃을 지급하고 인연을 마쳤다. 총 120만 달러(약 16억 원)의 손해가 있었다.
매년 부상으로 고전하던 선수를 싼 가격으로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다저스다. 하지만 레예스와 같이 실패 사례도 있다. 돈이 없지 않은 다저스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이런 전략을 취해야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기도 하다. 바로 2023-2024 FA 시장 최대어인 오타니 쇼헤이 때문이었다. 다저스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오타니 영입을 위해 사치세 기준을 리셋하고 팀 페이롤의 유동성을 확보하길 바랐다. 그래서 대형 영입이 제한됐고, 레예스도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 중 하나였던 셈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전에서 여전히 선두에 있는 팀으로 뽑힌다. 오타니가 시즌 막판 팔꿈치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를 비롯한 수많은 팀들이 오타니 영입전을 대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체별로 예상 금액이 다르기는 하지만 총액 5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지배하는 이름이다.
다저스도 페이롤을 최대한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좋은 활약을 했던 J.D 마르티네스에게 약 2030만 달러 수준의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자격)를 제안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스의 나이도 걸림돌이지만, 포지션 때문에 그렇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타니는 선발 투수 및 지명타자로 활약했고, 마르티네스의 포지션도 지명타자다. 겹친다. 마르티네스가 외야로 나갈 수 있지만 외야에는 무키 베츠 등 이미 주전 선수들이 있다. 오타니에 관심이 크기에 마르티네스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 영입을 염두에 둔 듯한 오프시즌 행보를 보였다▲ 다저스에서의 거취가 아직은 불투명한 클레이튼 커쇼다저스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프랜차이즈인 클레이튼 커쇼에 대한 스탠스도 미묘하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커쇼와 1년 2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시즌이 끝난 뒤 커쇼를 잡겠다는 구상을 세워뒀고 은퇴 및 고향팀 텍사스 이적 등 여러 가지 루머가 나돌던 커쇼를 비교적 빠른 시간에 눌러 앉혔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반응이 따뜻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쇼의 어깨 수술도 문제지만, 역시 오타니 영입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예상된다.
다저스는 연봉을 많이 비웠다. 내년에 필수적으로 지급해야 할 보장 연봉은 1억880만 달러 수준으로 리그 17위까지 떨어졌다. 무키 베츠(3000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2700만 달러) 정도를 제외하면 고액 연봉자도 없다.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는 두 선수와 더불어 크리스 테일러(1300만 달러)까지 세 명뿐이다. 오타니를 잡기 위한 사전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오타니도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자신의 명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팀 중 하나로 다저스를 생각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