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떠난 뒤 나폴리는 풍전등화다. 새로 모셔 온 감독이 크게 흔들리면서 시즌 시작 후 4개월 만에 감독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4일(한국시간) 나폴리가 왈테르 마짜리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마짜리가 새 나폴리 감독이 된다. 합의를 완료했고 2024년 여름까지다"라며 "그는 계약을 체결했고 오늘 새 감독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루디 가르시아를 대체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기자는 "나폴리가 마짜리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이고르 투도르 전 마르세유 감독과도 대화를 준비 중이다"라며 "나폴리가 8개월 계약을 제안했고 투도르는 이를 거절했다. 재정적인 이유가 아니고 투도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선호한다"라며 투도르의 협상 결렬 이유도 전했다.
나폴리는 지난 2022/23시즌 세리에A 우승팀이다. 빅터 오시멘에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김민재가 합류하면서 공수 밸런스가 완벽히 들어맞았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체제에서 나폴리는 최다 득점(77골), 최소 실점(28실점)을 기록하며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별세)가 만든 우승 이후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 때 받는 방패 문양) 탈환에 성공했다.
이 시즌은 위대한 나폴리의 시즌으로 남았고 나폴리의 중추가 흔들린 건 시즌 직후였다. 크리스티아노 지운톨리 단장은 이탈리아 최고의 라이벌 유벤투스로 떠났고 스팔레티 감독도 계약을 해지했다.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여기에 김민재도 수많은 대형 클럽들의 러브콜 속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물론 5000만 유로(약 711억원)의 이적료를 나폴리에 안겼다.
나폴리는 과거 AS로마(이탈리아), 마르세유, 올랭피크 리옹(이상 프랑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를 지휘했던 가르시아 감독을 선임했다.
김민재의 빈자리에 브라질 출신 나탕이 오는 등 나폴리는 여름 이적시장에 전력 보강에 힘을 썼다. 그러나 김민재가 떠난 자리가 너무나 컸다. 조직력이 스팔레티 체제보다 허술해졌고 수비진도 흐트러졌다. 나탕은 주전감도 아니었다.
지난 시즌 임팩트가 큰 탓인지 몰라도 나폴리의 시즌 초반은 흔들렸다. 중하위권 팀들을 연달아 만났음에도 나폴리는 현재 4위(6승 3무 3패, 승점 21)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단 4패만 당했던 나폴리와는 크게 대조된다.
나폴리는 특히 지난 12일 홈구장 스타디오 디에고 마라도나에서 열린 19위 엠폴리와의 리그 12라운드 경기에서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46분에 극장 골을 허용한 나폴리는 충격에 곧바로 가르시아 감독을 경질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마짜리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나폴리를 맡은 바 있는 베테랑 감독이다. 2009/10시즌 중도 부임한 그는 팀을 6위로 이끌었고 이후 4시즌 동안 3위-5위-2위를 기록,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2011/12시즌엔 나폴리를 이끌고 코파 이탈리아를 우승시킨 경력도 있다.
마짜리는 나폴리 시절 전술적인 역량이 돋보였단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인터 밀란 시절을 거치며 전술이 고착화되는 문제점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왓포드(잉글랜드), 토리노, 칼리아리(이상 이탈리아)에서도 중위권을 맴도는 성적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5월 이후 현재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위기의 나폴리는 돌고 돌아 영광의 시절을 만든 감독을 다시 앉힌다. 최근 커리어는 크게 흔들리지만, 마짜리가 나폴리와 다시 최고의 궁합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