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레인저스는 비참한 마운드를 가꾸길 희망했는데…”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는 1961년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맛을 봤다. 2021-2022 FA 시장에서 코리 시거, 마커스 세미엔을 영입했고, 2022-2023 FA 시장에선 제이콥 디그롬, 2023시즌 도중에는 맥스 슈어저까지 데려왔다.
박찬호/게티이미지코리아박찬호/게티이미지코리아그런 텍사스의 폭풍투자는 약 20년 전에도 있었다. 2000-2001 FA 시장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10년 2억5200만달러 계약으로 데려왔다. 지금도 2억달러대 FA는 초고액인데, 당시 기준 엄청난 스케일의 계약이었다.
로드리게스는 2001시즌에 기대대로 잘 했다. 162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318 52홈런 135타점 OPS 1.021을 찍었다. 물론 훗날 금지약물 복용을 시인하면서 퇴색되긴 했지만, 당시 텍사스로선 로드리게스의 맹폭에도 73승89패,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자 텍사스는 2001-2002 FA 시장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2001시즌 36경기서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 포함, LA 다저스에서 1997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우완 박찬호를 5년 6500만달러에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도 그럴 것이 2001시즌 텍사스는 팀 평균자책점 5.71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였다. 심지어 선발 평균자책점은 6.00이었다. 역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 텍사스로선 잘 나가던 박찬호를 새로운 에이스로 내세워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꿨다.
이후 스토리는 국내 아저씨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너무 잘 안다. 박찬호는 2002시즌 25경기서 9승8패 평균자책점 5.75로 부진했다. 심지어 2003년과 2004년은 허리 등 각종 부상으로 합계 23경기서 5승에 그쳤다. 당시 텍사스 언론들은 3년 연속 부진한 박찬호를 ‘최고의 먹튀’라며 연일 비판했다.
결국 박찬호는 2005시즌 도중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되며 텍사스 생활을 마쳤다. 텍사스에서 4년간 68경기에 등판,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였다. 이후 박찬호는 뉴욕 메츠,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몸 담았다. 커리어 후반 불펜으로 변신해 나름 부활했다. 그러나 텍사스에서의 4년이 ‘흑역사’였던 건 팩트다.
그리고 미국 언론들은 잊을 만하면 이 계약을 거론한다. 지금이야 5년 6500만달러 계약이 초대형 계약은 아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중량감 있는 계약이었다. 블리처리포트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역대 2500만달러 이상 FA 계약자들 중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았다. 박찬호는 단연 텍사스의 워스트다.
블리처리포트는 “텍사스는 박찬호와 계약하면서, 로드리게스의 첫 시즌을 낭비하게 한 비참한 마운드를 가꾸길 희망했다. 그러나 다저스에서 9년간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한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4년간 평균자책점 5.79를 올렸다”라고 했다.
박찬호/게티이미지코리아박찬호/게티이미지코리아텍사스에서의 4년과 한-만-두(1999년 4월2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서 한 이닝 만루홈런 두 방 허용)는 박찬호의 지우고 싶은 흑역사다. 물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영웅이라는 사실 역시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