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는 2011년까지 기록을 중심으로 FA 등급을 매겨 보상 수준을 마련했다. 통계업체인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가 당해 시즌을 포함해 최근 2년간 기록을 평점화해 A,B,C 등급으로 나눠 보상 내용도 달리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FA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보상 규모도 높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 퀄리파잉 오퍼(QO)가 도입됐다. QO를 우리말로 옮기면 '(보상받을)자격을 부여하는 제안' 정도가 된다.
구단 스스로 소속 FA의 가치를 판단해 QO를 제시할지를 결정하고 보상권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QO를 제시받은 FA가 이를 거부하고 다른 구단과 계약할 경우 원소속구단은 다음 연도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는다. 지명권 순서와 개수는 계약 규모, 원 소속구단의 사치세 여부와 수입분배금 규모에 따라 다르다.
평점으로 등급을 매겼을 때와 달리 구단이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그 수준도 낮아졌으니 선수노조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FA들의 이적이 활발해진 건 QO 제도 때문이다.
오타니가 10월 1일(한국시각)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퀄리파잉 오퍼 받을 이유 없다
올해 QO를 제시받은 FA는 7명이다. 투수 블레이크 스넬, 애런 놀라, 소니 그레이, 조시 헤이더, 타자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그리고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가 원소속구단으로터 2032만5000만달러(약 265억원)의 QO를 제안받았다. QO가 2000만달러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QO를 받아들이면 내년 2032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고 한 시즌을 뛴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한데 QO 수락 여부 마감일인 15일(이하 한국시각) 7명 전부 거부했다. 이들은 최상위급 FA들로 '고작' 2000만달러를 조금 넘는 연봉을 받고 1년을 원소속구단에서 뛸 이유가 없다. 2012년 이후 131명의 FA가 QO를 제시받았고, 그중 수락한 선수는 13명이다. 2019년 류현진도 그 중 한 명이다.
이제 이들 7명을 포함한 모든 FA들은 30개 모든 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FA 시장이 본격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의 유력 행선지로 여전히 서부지구 팀들이 거론된다. 물론 에인절스도 포함된다. USATODAY연합뉴스▶진짜 '자유의 몸'
가장 뜨거운 이목이 집중되는 FA는 오타니다.
MLB.com은 이날 FA 7명 모두 QO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오타니는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투타 겸업을 2023년까지 지속해왔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에는 마운드에 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기대와 시선을 받는 FA로 이번에 생애 두 번째로 MVP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2021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WAR 28.5를 기록했다'고 했다.
오타니가 이적할 경우 원소속구단 LA 에인절스는 내년 드래프트 4라운드 종료 후 1개의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타니는 올시즌 44홈런을 때리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AFP연합뉴스▶2년 계약에도 열려 있다
오타니는 과연 언제 어느 팀과 어떤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까. 월드시리즈 직후부터 이와 관련한 현지 언론들의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전망은 오타니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아니라 2년 정도의 짧은 기간의 계약을 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SPN 알덴 곤잘레스 기자는 지난 14일 '오타니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지인에 따르면, 오타니는 평균연봉(AAV)이 높고 기간이 짧은 계약에도 마음을 두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오타니 영입전에 더 많은 팀들이 뛰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지난 9월 20일 오른쪽 팔꿈치에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2018년 10월 1일 이후 5년 만에 같은 수술을 받은 것이다. 오타니 입장에서는 2025년에 마운드로 돌아와 투수로도 건재를 과시하면 진정한 투타 겸업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즉 그 이후 10년 장기계약을 맺을 경우 더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MLB.com은 '오타니는 2025년이 돼야 풀타임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 내년 시즌 후 옵트아웃 권리가 붙은 짧은 계약이 가능하다. 오타니는 내년 7월까지 30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 상으로도 여전히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2년 계약을 할 경우 오타니의 평균연봉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가 갖고 있는 4333만달러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강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는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텍사스 레인저스 뿐만 아니라 스몰마켓 구단들도 오타니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 사진=CAA스포츠 인스타그램 캡처오타니는 지난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에는 마운드에 설 수 없다. AP연합뉴스▶10년-5억달러 이상, 여전히 유력
하지만 여전히 유력한 계약 형태는 10년 이상의 초장기계약이다. 시장 가치는 5억달러 이상이라는 게 현장을 잘 아는 구단 단장들과 에이전트들의 평가다.
지금까지 현지 매체들이 전망한 오타니의 FA 계약 규모를 보면, ESPN은 10년 5억2000만달러, 메이저리그 트레이드루머스는 12년 5억2800만달러, 디 애슬레틱은 10년 4억7700만달러+인센티브, USA투데이는 10년 5억1000만달러를 각각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