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토트넘 최고 경영자인 다니엘 레비 회장이 에버턴의 승점 삭감 사태에서 영향을 미친 것일까.
레비 회장이 지난 2022년 2000만 파운드(약 322억원) 가량의 큰 돈을 아껴 선수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 이적이 에버턴의 승점 10점 삭감과 큰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해당 선수는 바로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히샤를리송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에버턴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활약하며 북런던 구단에 전술적 선택지를 늘려줬다. 비록 이적 첫 시즌과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각 한 골에 그쳤으나 이적 초기엔 브라질 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그의 재능이 토트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토트넘은 히샤를리송을 당시 시장가보다 300억원 이상 싸게 사들인 것이다.
이는 에버턴이 18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가 내건 수익 및 구단 지속성 규칙(PSR)을 위반,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며 알려지게 됐다.
PSR 규정은 프리미어리그의 구단 재정 규제로 구단은 연간 최대 1억 500만 파운드(약 1700억원)에 상응하는 적자까지만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언론에 공개된 것에 따르면 에버턴은 3년간 3억 7180만 파운드(약 6000억원)에 해당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평균 1억 2450만 파운드(약 2000억원)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에버턴은 PSR 규정보다 2000만 파운드 가량 초과한 액수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에버턴의 규정 위반으로 득을 본 구단은 다름아닌 토트넘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에버턴의 PSR 위반 관련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보고서엔 "에버턴 히샬리송이 (지난 2022년) 당초 에버턴이 제시한 액수보다 2000만 파운드 저렴한 가격으로 토트넘에 합류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에버턴은 당초 히샤를리송을 토트넘에 넘기며 8000만 파운드(약 1290억원)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에버턴은 토트넘에게 25%나 할인된 가격인 6000만 파운드(약 960억원)에 히샤를리송을 넘겨주게 된다. 보고서 표현에 따르면 에버턴은 '손해를 감수하고' 선수를 처분, PSR 규정을 준수하려고 노력했다.
에버턴이 토트넘에게 히샤를리송을 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레비가 에버턴 재정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트넘 전문 소식통 '릴리화이트 로즈'는 18일 "토트넘의 레비 회장은 에버턴이 PSR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해 히샤를리송을 더 싼 가격에 매입했다"며 "이는 에버턴이 선수를 처분해 적자를 메꿔야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전했다.
히샤를리송을 급하게 처분해 적자를 줄여야 PSR 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에버턴의 입장을 레비가 이용한 셈이다. 에버턴이 생각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않겠다면 토트넘이 구매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그러다보니 에버턴도 '울며 겨자먹기'로 토트넘에 히샤를리송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거꾸로 토트넘과 레비 회장이 에버턴의 이런 사정을 몰랐다고 가정하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에버턴이 히샤를리송을 2000만 파운드만 더 받고 팔았어도 PSR규정을 위반해 승점 삭감을 당할 일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프리미어리그가 제출한 41페이지 짜리 보고서에 의하면 히샤를리송 이적이 에버턴의 징계에 직격타가 됐다"고 했다.
에버턴은 이번 징계로 승점 10점을 삭감당하며 14점이었던 승점이 4점으로 확 줄어들었다. 순위 또한 14위에서 19위로 추락, 18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꼴찌(20위) 번리와 함게 강등권에 속하게 됐다. 에버턴은 120년간 잉글랜드 1부리그서 생존하며 가장 오랜시간 1부리그에 참가한 팀이다. 그러나 이번 승점 삭감 징계로 인해 에버턴은 강등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