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리버풀 라커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적어도 감독인 위르겐 클롭은 아닌 모양이다.
클롭은 19일(한국시간) 공개된 전 축구선수 벤 포스터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영광을 누릴 당시 자신을 대신해 라커룸을 관리한 선수들이 따로 있다고 고백했다. 그 선수는 당시 주장을 맡았던 조던 헨더슨과 부주장 제임스 밀너였다.
클롭은 "난 감독이지만 라커룸에는 자주 있지 않는다. 라커룸에서는 내가 모르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운을 떼며 "훈련에 몇 분 지각한다고 해서 훈련장 경비원이 내게 '이 선수 몇 분 지각했어요!'하고 전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버풀 선수들은 매번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며 지각한다는 소문조차도 적게 나오는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선수단의 자정 작용에 크게 힘입었다는 이야기다. 클롭은 "선수들끼리 상황을 정리했다"며 밀너와의 에피소드를 꼽았다.
클롭에 따르면 밀너는 특별한 규칙을 정해 단 1초의 지각도 허용하지 않았다.
클롭은 "예를 들어 오전 9시 55분까지 모이는 것이 약속이었으면 시계가 55분이 되는 순간 안 온 선수들은 지각이었다"며 "몇몇 선수들이 가끔 55분에 도착하고는 지각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밀너는 완강했다. 아무도 밀너와 말싸움하지 않았다"며 밀너의 리더십을 전했다.
밀너는 리버풀의 주장단에서 부주장을 맡아 여러차례 팀의 단합을 도모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지난 2017년 프리시즌 기간에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밀너가 직접 팀원들과의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주최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팀의 통합을 위해 큰 힘을 썼다. 침체기에 빠져있던 리버풀을 전술적으로 구해내며 '아버지'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이 클롭이라면, 선수단을 자극하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부추기며 '어머니'의 역할을 한 것은 팀의 리더십 계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