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업무는 그렇게 갑자기 시작됐다.
“오늘부터 해보자.”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자리에 앉더니
사이트 관리자 화면을 열어줬다.
처음 맡은 건 고객센터 문의 응대였다.
경기 등록이나 배당 수정은 아니고,
사이트에 들어온 문의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자동 응답 멘트를 골라서 남기는 일이었다.
딱히 어려운 건 없었다.
대부분의 문의는 이미 자동 답변 멘트가 저장되어 있었고,
그걸 클릭해서 그대로 남기면 끝이었다.
가장 많이 오는 건 계좌 관련 문의였다.
입금이 안 됐다는 사람,
입금자명이 다르다는 사람,
레벨이 바뀌었는데 계좌 정보가 왜 바뀌었냐는 질문까지.
사이트는 레벨별로 입금 계좌가 달랐기 때문에,
잘못 보내면 충전이 안 되거나
입금내역 확인 변경후 오래된 계좌로
입금시 처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문의들 속에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답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이 오는 문의, 탈퇴 요청.
이건 좀 케이스가 갈렸다.
도박에서 한 번 졌다고
“탈퇴해주세요”라는 사람도 있었고,
이용도 안 하면서 탈퇴 요청하면서 꽁머니만 받으려고 하는
악성 회원들도 있었다.
선배는 말해줬다.
“살릴 수 있는 회원은 살려.
그냥 나가떨어지지 않게.”
그래서 포인트를 조금 넣어주며
충분한 휴식후 무리하지마시고 천천히
베팅 해보시라는식으로
멘트를 남겼다.
반면, 꽁머니만 노리고 들어왔다가
계속 탈퇴 요청만 하는 악성 회원은
바로 탈퇴 처리했다.
대부분의 경우는
“탈퇴 요청은 영업일 기준 일주일 내 순차적으로 처리됩니다.”
라는 식으로 시간을 벌면서
회원이 다시 돌아올 여지를 남겼다.
이후엔 내가 직접
직원 형들이 알려준 멘트로
회원관리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진짜 어색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말도 막히고.
어버버버 하다가
“사이트 운영팀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 겨우 내뱉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몇 번 해보니까 점점 익숙해졌다.
목소리도 자연스러워졌고,
회원들하고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게 됐다.
“회원님, 진짜 그날 ㅇㅇ경기만 아니었으면 잘 가셨잖아요?”
“그쵸 형님, 포인트좀 넣어드릴께요 이거 원금은 무조건 복구해드려야죠!”
그렇게 말하고 나면
회원도 웃으면서 다시 접속하곤 했다.
포인트를 넣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몇만 원이라도 넣어주면
사람은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회원관리와 문의 응대를 며칠간 하면서
사이트 운영의 기본부터 천천히 익혀갔다.
그리고 드디어,
조금씩 더 안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제 본격적인 실무.
처음에는 보너스 배당 등록과 세계증시 항목 등록부터 시작했다.
출근하자마자
보너스배당 항목과 세계증시 항목을
미리 등록해두고 숨김 처리.
정해진 시간이 되면
세계증시를 아침에 다시 ‘등록’으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보너스배당은 3시간마다 마감、등록
기존 걸 마감하고,
숨겨놨던 다음 걸 해제하고…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 익숙해지자
이제는 축구, 야구, 농구 경기 등록도 맡게 됐다.
경기 일정 보고,
시간 맞춰서 경기 하나하나 등록하고,
배당값 넣고, 기준점 세팅하고.
누군가 등록을하면 누군가는 배당수정
등록이 잘되었는지 경기명/시간/배당 점검
이후에는 오즈포탈, 타사이트들 보면서
배당을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일까지도 내가 했다.
특히 농구가 진짜 힘들었다.
쿼터마다 새로운 항목을 등록해야 하고,
기준점과 배당도 계속 바뀌는 구조.
경기 흐름이 빠르다 보니까
한 순간이라도 놓치면 큰일이 났다.
NBA 미국 농구같은경우 경기가 열몇경기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이라도 잘못 등록하면
디지게 욕 먹는다.
실수 하나에
백명가까이 잘못된 기준점,배당에 베팅하고
사이트 측에서 그 피해를 그대로 떠안게 되는 구조니까.
마감 실수는 더 치명적이다.
결과가 나왔는데 마감 안 하고 있으면
고객센터는 경기마감문의가 폭주하고
점수가 잘못된 마감실수를 하고 빠르게 알아채지 못하면
그대로 환전이 나가버리는 사고가 생긴다.
환전 담당자는 경기 내용을 모른다.
충전, 환전만 본다.
그러니까 결과가 잘못 처리된걸 사무실에서
알아채지 못하게 되면
그냥 환전이 나가게 되는거다.
그리고 그 돈은…
그냥 날아가는 거다.
사실 알아도 어쩔 수 없다.
회원이 환전을 받아가면 잠수를 타거나
대부분 “사이트가 실수한 거니까 난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든 회유해보려고 해도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돈은 그냥 포기해야 했다.
안 그러면
그 회원 자체를 잃게 되니까.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다시 돌려주는 회원들도 있다.
그럴땐 포인트나 기프티콘을 챙겨주는데
본인 사비를 털어서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걸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했다.
한 번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고,
그다음에도 또 확인.
그렇게 안 하면,
누군가는 다쳤고
누군가는 책임졌고
누군가는 사라졌겠지...?ㅎㅎ
4화..Coming soon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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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https://www.pato114.net/bbs/board.php?bo_table=asdf&wr_id=26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