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 = 본인 = 가명
현재 작성한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알려드립니다
쑥스럽지만 취미글이니 그냥 재미로 봐주세용 ㅎ
201X년 여름.
그날도 알바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창밖은 쨍했고, 머리는 흐릿했다.
그때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군대 가기 전부터 알고 지낸, 나한텐 꽤 오래된 사람이었다.
“도윤아, 너 포도밭에서 일해볼 생각 있냐?”
처음엔 웃겼다.
갑자기 웬 포도밭인가 싶었다.
진짜 농사일이냐고 묻기도 애매해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근데 듣다 보니 돈이 꽤 된다고 했다.
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사실 그때 나는
하고 있던 알바도 재미없고,
몸은 피곤한데 돈은 안 남고,
그냥 뭘 좀 바꿔보고 싶던 시기였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말했다.
“할게요, 형.”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엔 목소리에 조심스러운 기운이 묻어 있었다.
“도윤아, 사실은 포도밭 아니야.
토토사이트 본사야.
사이트 관리하는 일이야. 해외에서 하는 거고.”
그 말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 그려놨던 순박한 농촌 이미지가
한순간에 깨졌다.
“해외요…?”
입 밖으로 나온 건 그 말 하나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게 진짜 내 인생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사실 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스포츠 도박을 한 적이 있다.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금방 빠져버렸고,
큰돈을 잃고 나서야 정신 차렸다.
그때 이후로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돌고 돌아
그 비슷한 세계로 다시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출국 날짜까지 다 정해놨는데,
몸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열이 오르고, 식욕도 없고, 자꾸 어지럽고.
병원에선 큰 문제는 아니라 했지만
상태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선배와의 동행은 무산됐고,
출국은 6개월 뒤로 미뤘다.
그동안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 얹혀 지냈다.
배달대행 하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하루는 밤늦게 술한잔 하면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먼저 가서 해보고, 괜찮으면 너도 부를게.”
진심이었다.
일이 생각보다 괜찮고, 돈이 확실하면
친한 친구 하나쯤은 같이 데려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해온 일보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벌 수 있다면,
누군가에겐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뉴스나 영화에서만 봐왔던
깡패들한테 잡혀서 강제노동착취 당하고
마지막엔 장기밀매까지 당할수 있단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도전이나 모험정신이 강했었다.
출국 당일
짐이라고 해봤자 옷 몇 벌이 전부였다
그냥 갈아입을 옷만 챙겼다
솔직히 뭘 가져가야 할지도 몰랐고
마음도 그렇게 가벼웠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 길
서울의 밤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도시와 이대로 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이륙 하기전 승무원에게
내가 가는 도착지로 가는 비행기가 맞는지 계속 확인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
해외에 나가는 건 인생 처음이었다.
동남아시아 어딘가의 공항에 도착하자
딱 보면 알 수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반팔, 반바지, 쪼리, 선글라스, 클러치백, 말 없는 눈빛
총괄 형님.
그가 나를 데리러 나온 사람이었다.
짐을 말없이 들어주고,
근처 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에어컨이 약하게 돌아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조용한 공간.
형님은 담배를 손에 쥐고
가볍게 말을 꺼냈다.
"한국에선 뭐 하다 왔냐."
그의 말투는 걱정했던 거와는 다르게 매우 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진짜 동네 선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바하면서 지냈습니다 서울에서요"
"그래.뭐, 다 그렇지"
총괄형님은 살짝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곧바로 말하였다
“여긴 한국이랑 다르다.
근데 너는 괜찮을 것 같다.”
나는 곧바로
“ 열심히 하겠습니다 ! ”
그렇게 말했다.
다른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형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앞으로 네가 지낼 곳,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2화..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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